퀀트투자를 많이 접하지 않은 사람들이 퀀트 전략가에게 하는 단골 질문이 몇 가지 있다.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퀀트투자 모델에서 나온 결과를 언제나 따르는가?"다. 나는 "무조건 따르는 게 퀀트"라고 단언한다.
··· ···
애초에 논리적으로 설명되는 모델을 만들어야 따를 수 있다. 사람들은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퀀트 전략 모델을 만들고 계산해도 결과를 선택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말씀이죠?"
"아니요. 선택을 인간이 하면 퀀트투자가 아닙니다. 인간의 일은 모델을 만드는 단계까지이고, 모델을 만든 후에는 그 결과에 따라야 합니다."
- 5~6 페이지, 영주 닐슨(월스트리트 퀀트투자의 법칙 저자)의 추천사 中
(저자와 옮긴이, 감수자 소개)
가치투자를 할때 주로 쓰이는 여러가지 지표(PER, PBR, 이익률 등)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지표를 찾고, 그 지표들을 활용해 가장 좋은 퀀트 투자법이 무엇인가를 찾는 과정을 그려낸 것이 이 책이다.
저자들은 조엘 그린블라트의 유명한 '마법 공식'에서 영감을 얻어내서 이를 좀 더 세세하게 조사해나가면서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를 찾는다.
그러나 단순히 몇몇 퀀트 투자법을 나열하고 이를 백테스팅한 결과만을 나열해둔 책은 아니다. 위의 추천사에도 적혀있듯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라는 것에도 이 책은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가치투자가 오랜기간 성공해온 결과와, 왜 성공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논하면서 이 투자법이 논리적으로 왜 옳은지를 독자들에게 충분히 인식시켜가면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고, 이전에 몇몇 있었던 퀀트형 가치투자의 한계(책 속에서 최초의 가치투자와 퀀트를 결합했다고 할 수 있는 그레이엄의 방법은 종목 수가 너무 적어 가끔씩은 1종목에 몰빵될 수도 있었다는 점 같이)를 지적하며 이를 개선할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간다.
책을 읽어보면 가치투자와 퀀트를 결합하면서 얻는 가장 좋은점은, 가치투자는 심리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흔들리기 쉽고 개개인의 섬세한 판단능력이 중요시되는데 이런 어려움점들을 퀀트를 결합시켜 많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인것 같다.
나에게 개인적으로 특히 더 와닿는 부분들은 퀀트로 만든 투자법도 투자법이지만 '회계 속임수, 파산 예측, 재무건전성' 같은 가치투자에서 꼭 필요한 부분들을 퀀트적인 느낌으로 변환해서 해결하는 모습들을 제시하는데 이런 모델들은 특히 해외 기업처럼 정보를 얻기 힘든곳에도 재무제표만 알고 있다면 적용하기에 상당히 좋아보인다는 점이다. 해외투자가 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분들에게도 분명히 매우 반갑게 다가오지 않을까?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 할만한 '이 책에 나온 방법이 한국에서도 통할까?'에 대해서 한국판 특별부록으로 백테스팅한 자료가 있는 것도 너무 마음에 들고, 감수하신 분의 날카로운 퀀트의 한계를 지적한 부분도 꼭 기억해야할 이야기인것 같아 번역도 잘 되어있고 좋은 추가내용도 있는 한국판이 원본보다 나을거 같다.
좋은 내용, 좋은 번역, 좋은 추가 내용까지 버릴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되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감수자 신진오님이 하신 감수후기 중 무척 와닿은 부분을 덧붙이며 한가지 생각해볼 점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가치투자와 퀀트투자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있는데, 퀀트투자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지적하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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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투자는 정량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사람의 불완전한 심리에서 발생하는 행동경제학학적 오류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객관적인 접근법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데잍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습니다. ··· ··· 또 과거에 발생하지 않았거나 아주 희귀한 사건, 즉 블랙 스완이 발생하면 퀀트 모델은 전혀 엉뚱한 해답을 내놓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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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로 아무리 좋은 방법을 찾아내더라도 그게 완전한 끝이 아님은 '블랙 스완'이 언제라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블랙스완은 인간이 직접 부딪히며 느끼는 경험과 직관을 통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때를 생각해보자. 이전까지 마차를 만들어서 팔던 회사들이 돈을 잘 벌었을지라도, 자동차가 급격히 보급되기 시작했을때는 순식간에 매장당했을 수 있다. 가까운 사례로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갑자기 몰락한 MP3나 PMP를 생각해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이런 기업은 순식간에 몰락했을텐데, 퀀트 모델에서는 바로 직전까지 돈을 잘 벌던 이런 기업들을 포함시키려 할 것이다.
물론 '리모델링'을 더 자주한다면야 이를 피할수도 있겠지만, 몇십년에 한번 나타날지 모를 이런 블랙스완 사건 하나를 위해 자주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서 거래비용을 늘리는게 과연 옳은것인가는 또 생각해볼 문제라고 보인다.
책에서 한국판 특별부록을 썼고, '할 수 있다! 퀀트투자!'를 펴낸 강환국님은 그레이엄이 추천한 퀀트 방법이 매우 오랜기간 잘 통했다는 점을 근거로 과거 높은 수익을 올린 퀀트가 계속 갈것임을 강조하지만, 이미 책 속에도 나와있듯 그레이엄의 그 방법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부터 시간이 흐르면서 불완전한 투자법으로 변질됐음이 어느 정도 증명되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레이엄의 수제자인 버핏이나 그레이엄 본인도 초창기 투자법(순유동자산 투자법, 이것도 어떻게 따지면 퀀트형 느낌이다)에서 벗어나 변화된 투자방법을 적용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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