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런 영화들은 안 좋아해요"
"저런 영화들?"
"자막 있는 영화들요"
★ 26살이 될 때까지 자막 있는 영화조차 안 본 루이자 클라크(에밀리아 클라크)가 거만하고 비꼬기 좋아하는 윌리엄 트레이너(샘 클래플린)의 간병인을 하게 되면서 이야이가 그려진다.
자막 있는 영화조차 '자막을 읽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하니 영화 보는데 집중이 안 될 것 같다'라는 생각때문에(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 번도 안 보던 인물답게 루이자는 전혀 깊게 생각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생각한 것이 바로 표정과 말, 행동으로 드러난다. 반면 윌은 M&A분야에서 일하던 사업가 출신답게 침착하고 감정을 숨길줄 아는 편이다. 2년 전 사고 후 몸이 마비되면서 자신의 본심을 완전히 숨기는 대신 비꼬아서 표현하는 모습이 나타나긴 하지만...
뭐 위와 같은 사람의 특성에서 유추되겠지만, '돈 많은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만남이라는 너무나 많이 그려진 스토리가 기본 베이스라는 점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고 사람들에게 공감을 안겨다 주는냐가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물론 돈 많은 남자가 '장애'를 가졌다는 것에서 이미 어느 정도 차별성을 줬다고는 할 수 있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나름대로 상당히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여자 주인공 루이자의 거침없는 표현과 표정이 보는 맛을 끌어 올리고, 루이자의 표현과 표정을 한 편으로는 비꼬면서도 순수하게 표현하는 그것을 순수하게 받아주는 윌의 모습은 '이 로맨스, 볼 만하구나'라고 충분히 각인시켜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잘 흘러가다가 갑자기 몇몇 요소들이 중간부터 이 멜로의 몰입을 방해하면서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기도 해서 좀 불쾌한 감정이 남아 있게 만든다.
이런 로맨스와 멜로는 감정의 연결이 상당히 중요한데, 극 중에서 갑자기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감정이 너무 급격히 연인으로 연결되는 듯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관객들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영화는 이미 관객들의 감정연결을 끝내버리고 다음단계를 진행하니 좀 답답해진다. 이렇게 되면 이 영화는 인간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멜로라기 보다는 '역시 돈인가'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불상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그래도 나름대로 구성과 주인공들의 말과 표정으로 어느 정도 중반쯤부터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잘 넘어가나 싶더니... 마지막에 가서 바보같은 감독과 작가들이 불상사를 저질렀다...
하... '은행 계좌를 줄거에요'라니... 이 말만 나오지 않았으면 그래도 내면에 사랑스러운 감정을 담아서 영화감상을 마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것 하나 때문에 그나마 남아 있던 감정선이 와장창 무너지고, 영화는 우리가 자주 접한 그저그런 스토리로 갑자기 격하되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차라리 어울린다고 생각한 향수를 따로 선물하고 계좌에 대한 이야기는 뺀 다음 '가능성' 등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버지도 취직된 마당에 굳이... '평생 먹고 살 정도는 안 된다'라는 말도 '우리는 평범한 신데렐라 스토리와는 달라'를 말하기 위한 뭔가 어설픈 변명이나 핑계로 억지로 하는듯해서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다.
마무리만 잘 했어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높은 몰입감과 풍부한 감정 등을 전달할 수 있었을 영화인데 아쉽다. 찾아보니 원작이 '소설'이라고 하는데... 좋게 말하자면방대한 소설을 짧은 2시간으로 이내로 담아내려다 보니 아무래도 힘들었던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감독이나 작가의 역량 부족이 묻어나온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래저래 뭔가 아쉬운 느낌이 가득했던 영화.
◆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
1. 'To live with dignity, To die with dignity' (존엄한 삶을 위해, 존엄한 죽음을 위해)
2. 난 내 삶을 사랑했어요. 진심으로 사랑했었어요.
◆ 다시 볼 생각이 있는지
영화로 다시 보기보다는 책을 읽어보는게 낫지 않을까.
음... 루이자가 기뻐하는 다양한 표정은 다시 보고 싶어질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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