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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The Intern, 2015)

category 영화/미국 2018. 1. 26. 09:41

▶ "이번에 처음으로 시니어(senior) 인턴을 고용하는거예요."

(중략)

"이제 제가 질문을 할 겁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대답해주세요."

(끄덕끄덕)

"10년 후에 뭘 하고 계실 것 같나요?"

"... 제가 80살때 말입니까?"

 

★ 온라인 쇼핑몰 회사에서 사회봉사 차원의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 신생 온라인 쇼핑몰과 나이 70세는 사실 도저히 어울려 보이지가 않는다. 70세의 고령의 남자가 20~30들로 가득한 이런 곳에서 사실 무슨 할 일을 찾을 수 있을런지... 거기다가 판매상품까지 20~30대 여성이 주요 타깃층이다.

 

왠지 갑갑하고 불쌍한(?) 장면들만 나올듯한 그 상황을 이 영화는 조금 코믹스러우면서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풀어나간다.

 

그냥 잔잔하게 웃으며 즐기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 구석에 구세대와 신세대가 연결되면서 발생하는 긍정적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인데, 코미디 장르에 속하지만, '웃겼다' 보다는 '감동적이었다' 라는 감상평이 더 많이 나오는 이유가 아닐까.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평균적으로,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열정과 도전정신이 넘쳐난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현실의 제한과 한계를 알게 된다.

 

현실을 무시한 채 열정과 도전정신만으로 무장한 채로는 빠르게 앞으로 나갈 수 있지만 쉽게 넘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실을 깨닫게 되면 사람에게서 여유가 흘러나오지만 무언가에 도전을 꺼리게 된다.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은 능력이 뛰어나고 진취적이면서 열정적이지만, 자신의 능력과 열정에 너무 빠진 나머지 주변인들의 현실을 잘 둘러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자기 바로 옆에 항상 붙어다니며 스케쥴을 관리하는 '베키'가 어떠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뭐... 그 뿐만 아니라 열정이 드끓다 보니 잘 해나가고 있음에도 무언가 자꾸 부족한 점이 눈에 들어와 겉으로는 자신만만하지만 속으로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안고 있다. 이 불안감은 자꾸 손 세정제를 바르게 한다거나, 문을 닫으라고 했다가 열어라고 하는 등의 변덕으로 나타나게 된다.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는 이런 부분에서 지나친 열정을 조금 식혀주면서 차분하게 만들고, 지금까지의 현실이 어떠했는지를 상기시키며 불안감을 지워주는 역할을 적절하게 해준다. 어떻게 보면 열정에 제동을 거는 것이므로 자칫 잘못하면 듣기 싫은 훈계, 좀 나쁘게 말하자면 꼰대짓(?)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런 기분나쁨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내가 네 시절때는 말이야~'라면서 자신의 경험만을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결정적인 것 같다. 상대의 경험을 우선시 해 생각하면서 그저 자신의 경험 속에서 얻어낸 '여유'만을 추가해줄 뿐. 즉,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 "1년 반 전에 창업해 직원이 220명이 되는 큰 회사로 키웠죠. 그것을 누가 했는지 잊지 마세요." - 줄스 오스틴에게 해주는 조언.

 

★ 개인적으로 영화속의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려면 구세대나 신세대 모두에게 조건이 따라 붙어야 할 것이다. 바로 '배움'의 자세다.

 

줄스 오스틴은 고집적인 부분이 존재하지만, 타인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의견이 맞아들어가면 그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를 할 줄 안다.

 

▶ "아니 아니. 저 방향으로 가야해요."

"제 생각으론 이쪽으로 가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아닐텐데..."

(더 빨리 도착한 후)

"사과할게요."

- 벤 휘태커가 탄 차를 타고 창고로 향하던 중

 

★ 이 외에도 유능한 CEO가 필요하다는 말에 '그런거 필요없어!'가 아니라, '정 그렇다면 내가 CEO 수업을 받겠다'라고 말하는 점에서도 엄격하면서도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벤 휘태커 역시 은퇴 후 그냥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배움'의 자세를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자신이 이제껏 경험하고 배운 것으로만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려 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보고 배우려고 한 것이다. 사람은 이제껏 경험하고 배운 것으로만 살아가려고 하면 편협적이고 권위적인 사람이 되기 쉬운데 영화 속 우리의 인턴은 끝없이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이를 타파해낸 것이다.

 

▶ "(은퇴 후) 뭘 하냐구요? 골프, 독서, 영화, 카드놀이, 요가, 요리교실, 화초재배, 중국어도 배우고..." - 초기 벤 휘태커의 자기 소개에서

 

★ 몇몇 부분에서는 자기의 고집을 잘 꺾지 못하는 모습도 나타나지만(줄스 오스틴처럼), 그래도 나이가 30에 들어서고 특정한 직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인간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욕구가 급격히 줄어들게 되기 마련인데 영화 속 70세의 벤은 그렇지 않다. '자신 안에는 아직도 음악이 존재한다'라는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계속해서 배움의 태도를 가진 구세대와 신세대가 만날 때 자기자신은 물론 주변의 타인들에게까지 얼마나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주는지를 잔잔한 즐거움 속에서 깨닫게 만드는 수작(秀作).

 

 

◆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

 

1. "음악가들은 은퇴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요. 그들은 자신 안에 음악이 멈출 때 은퇴하죠. 저는 제 안의 음악이 아직 있다(새 음악이 나오고 있다)고 장담합니다."

 

2. "옳은 일을 하는 것은 절대 잘못된 일이 아니다."

 

3. "손수건의 용도는 뭔가요? 알 수가 없네요." "손수건을 들고다니는 제일 큰 이유는 빌려주기 위해서야. (중략) 예의바르게 나의 흔적을 남기는 거지."

 

4. "우리 모두가 반대하는 것도 그는 할까요?" "물론이죠. 그는 CEO니까요."

 

 

◆ 다시 볼 기회가 생긴다면

 

지금처럼 절로 빠져들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