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 들어가는 '퀀트' 옆에 달려있는 '컴퓨터 알고리즘 세계 석학' 같은 말을 보면 상당히 어려운 투자법을 담은 책이 아닌가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아주 기초적인 지식만 있어도 빠르게 읽어나가면서 높은 수익률을 낼 전략들을 배워 나갈 수 있다. 주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PBR, PER, 대형주, 소형주, 분산투자 같은 내용들을 이용해(조금 생소할 수 있는 GP/A 같은 것도 있긴 하지만) 어떤식으로 이 지표들을 활용할 때 높은 투자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적어 놓고 그 전략들에 대한 과거 수익률 통계치를 근거로서 제시해놓은 것 뿐이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람마다 성향이 달라 투자하고자 하는 방향은 다른 법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무려 37가지의 투자법을 다루며, 모두 조금씩 다른 투자 성향을 보인다. 지극히 방어적인 전략부터 공격적인 전략, 변동성이 적어지는 것과 귀차니즘인들을 위해 책에서 소개하는 것과 비슷하게 운영되는 ETF, 저자가 새롭게 조합하여 만들어낸 퀀트 등등.
스스로 '백 테스트'를 통해 자기만의 투자법을 알아내도록 하는 방법(156 페이지)도 알려주고 있어 여러 투자법을 아는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나만의 투자전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굳이 새로운 나만의 투자법을 찾기 위해 아둥바둥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수십개의 우수한 전략들이 친절하고 쉬운 설명과 함께 줄줄이 나열되고 있는데 굳이 귀찮게 그런짓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시간이 흘러 새로운 전략들이 필요하면 어떻하냐고? 일단 여기에 있는 전략들이 한꺼번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만약 그런 시기가 찾아온다 해도 또 다시 이런 친절하고 쉬운 설명을 담아 새롭게 전략을 내는 책이 등장할 것이니 문제 없다. 이것저것 넣어보면서 끙끙댈 필요 없이 책을 다시 한 권만 사면 끝날 일인 것이다. 물론 자기가 직접 책을 쓰고 싶다면야 배워두는게 좋을 수 있겠다.
많은 투자전략을 소개하는 것 외에도 이 책의 추가적인 매력은, 저자가 '데이터 마이닝'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적절한 이론과 논리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전략을 제시하고 수익률만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에 대한 여러 논문과 책, 연구내용 등을 폭 넓게 이야기해주는데, 국제적인 관점에서도 이 전략이 통하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 등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어 리처드 번스타인이라는 걸출한 투자분석가가 쓴 책을 읽어보면 '10년 이상만 주식에 투자하면 어떤 방법으로 투자하든 거의 무조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라는 듯한 글이 있었는데, 아무리 보아도 몇몇 국가에서는 그게 통용될 것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주식시장의 주가지수)
번스타인의 방법을 보면 결국 여러 펀드를 이용하게 되는데, 10년 차에 수익이 거의 모두 같아지게 된다. 이는 펀드끼리는 결국 겹치는게 많으며, 설사 처음에는 별로 겹치지 않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펀드에서 종목이 퇴출되고 유입되어 가면서 10년이 지나면 거의 종목이 비슷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즉, 대형주 중에서 살아남는 것 위주로 재편되는 것이다. 그런데 10년이 넘는 세월간 내내 하락만했던 그리스 시장과 같은 곳에서 번스타인의 말처럼 10년간 무조건 적으로 펀드를 보유하고 있을 때 과연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번스타인은 자신의 글에 '미국 시장' 한정과 같은 단어를 덧붙여야 했다.
추가로 내게 모멘텀 투자에 대한 편견을 어느 정도 깨주기도 한 것 같다. 그레이엄과 버핏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역시 모멘텀 투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326 페이지)기에 모멘텀과 관련된 부분은 싹 다 관심을 끄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여기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져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역시 '싸게 사고 비싸게 팔라'라는 말을 버리기 쉽지 않을듯... 그래도 일단 흥미라도 가져보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겸손하게 자신의 저서에 '조엘 그린블라트의 저서와 함께 주식 입문용'으로 적합하다고 말하고 있지만(조엘 그린블라트와 자신을 동일선상에 두고 있으니 그렇지도 않은가?), 이 책 한권만 잘 읽고 꾸준히 잘 따라하면서 실천할수만 있다면 죽어라 금융과 주식에대해 공부해온 90% 이상의 펀드매니저보다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냥 단순히 입문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력한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첫 번째는 투자 전략 등의 수익률 데이터를 제시할 때 거기에 '수수료와 세금' 등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알다시피 이 수치가 적용될 때 수익률은 크게 변동될 수 있다. 특히 '월 1회 리밸런싱' 하라고 제시하는 전략에는 아주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배당 수익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익률은 이러이러할 것이다'고 알려주고 있는데 이때 수수료와 세금 부분도 포함시켰으면 어땠을까? 국제투자 등도 다루니 그러면 계산이 너무 복잡해져서 힘든 것일까?..
두 번째는 역시나 가장 중요한 그것이다. '자료를 제시한 저자의 수익률'. 책 속에서 말하는 그레이엄, 버핏, 조엘 그린블라트 등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펀드나 회사를 운영하였기에 원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수익률이 자동으로 검증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의 말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그런것이 나타나지 않을 뿐더러, 저자가 딱히 펀드나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것 같지도 않아 알 방법도 없을 것 같다.
최근 이희진, 박철상 등 사기꾼들이 줄줄이 나타나는 형국이다. 돈이 몰리는 곳에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저자의 소개에서 연 15% 이상의 수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고 자기 스스로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우리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개인적으로 꺼려지는 부분일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다.
저자도 스스로 밝혔듯이 '이러이러한 전략이 좋다고 알아도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라고 말하고 있다. 백테스트로 인한 수익과 현실에서 직접 자금을 운용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실제로 제시한 방법들을 이용해 자신이 투자에 성공해 온 케이스를 딱 제시한다면? 조엘 그린블라트의 책이 세월을 뛰어넘어 지속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도 이런 부분에 있지 않을까? 책 속에서 저자는 그린블라트의 투자법의 몇몇 문제점을 혁파하는 모습도 보여주는데,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왠지 모르게 그린블라트에게 손을 올려주고 싶은 게 사실이다. 이게 잘못된 투자자의 심리이더라도...
한 가지 더. 이건 아쉽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좋은 책이 좀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데 제동을 걸 것 같아서 말하고 싶다. 본인이 새롭게 조합해 만들어 낸 투자전략에 '강환국 슈퍼 퀄리티 전략' '강환국 슈퍼 가치 전략' 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뭔가 의아했다.
"밸류 1개, 쿼리티 1개 지표를 섞는 전략은 역시 '마법공식'이라고 불러야 제맛이다. 마법공식이 '고수익 가치투자 전략'보다 훨씬 더 쿨하고, 멋지고, 우리의 환상과 동심을 좀 더 자극하지 않는가? 마케팅 차원에서는 노비 마르크스 교수가 아직 그린블라트를 따라잡지 못했다."
- 271~272 페이지 中
아니, 그걸 알고 계시면서 도대체 왜...
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투자전략을 한 가지 고르라면 22번을 고르고 싶다. 소형주 + 저PBR 전략이다. 소개한 여러 투자법 중 가장 간단한 편에 속하면서도 기대 수익은 무척 높은편으로 보인다.
▶ 투자전략 22 : 소형주 + 저 PBR 전략
1. 소형주(시가총액 하위 20%)만 매수
2. PBR이 가장 낮은 주식 20~30개 매수
3. 단, PBR이 0.2보다 클 것
연 1회 리밸런싱
- 200 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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